설치미술(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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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현, 괴랄한의 예술을 향한 발칙한 도전
관성화慣性化된 일상에서 벌어지는 놀이들.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면서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기록된 아이디어는 그동안 구상했던 적절한 매체, 형식과 결합하여 작업으로 이어진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침에 본 뉴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쳐다보는 내비게이션, 세수하면서 쓴 비누는 언제 어디서든 작업에 사용된다. 적절한 아이디어, 문제의식, 재료, 형식, 매체가 결정되고 나면 처음에 구상한 알고리듬에 따라 작업이 수행된다. 나의 작업은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본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나는 원래 의심이 많다. 새우깡을 먹고 있으면 맛보다는 이게 정말 75g일까라는 의심부터 든다. 원래 그런 것들에 대한 의심. 매일 시속 371m/s로 돌고 있지만 관성 때문에 아무런 감각도 없는 그저 그런 ..
2021.05.20 -
김영주, 공간을 미술화하는 공기전달자
창작에 있어 특히 보편적 회화에 사용되어 온 규칙과 같은 기존의 조건들을 되짚어 보고 그것들에 역설적인 규칙을 만들거나, 맹목적인 조건을 필연적인 상태로 만드는 식의 새로운 회화를 구축하는 실험을 지속 해 왔다. 이는 이미지의 홍수 속 창작이라는 특수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이미지의 역량에 대한 질문이며 현대사회의 시각문화를 재고해 보기 위함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2011년 런던의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Fine Art 석사과정을 마친 뒤 런던에 거주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 현재는 귀국 후 서울에서 활동하며 4회 개인전 및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재현하는 것에 대한 질문으로 ‘지우는 드로잉’ 작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창작과..
2021.05.17 -
김지혜, 생명과 관계를 향한 다층의 질문들
‘다른 숨(breath)들의 기록’ 힘들게 지난, 작년과 재작년 두 해 동안 매일 드로잉을 하면서 그 외곽선을 지탱하던 종이테이프들을 한 데 모았다. 보통 몸과 바닥면이 수직이 되도록 그림을 바닥에 붙여 중력을 이용해 작업하고 완성이 되면 떼어내는데, 그 때 떼어낸 테이프들은 수성과 유성이라는 두 분류로 나뉘어졌다. 이것들은 수성안료와 목탄을 사용하여 같은 종으로 분류된 것들이다. 이들이 다시 모아져 한지 위에 붙여졌다. 그간 그림의 주변 역할을 하던 테이프들이 그림의 정 중앙에 길게 늘여 붙여지니, 그동안 내가 해 오던 작업 방식 중 하나인 ‘관계의 다양성과 시간의 길이’를 표현한 작업들과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가. ‘두 해에 걸쳐 각기 다른 날짜의 제 각각 감정들을 기록하던 행위(스침, 갈김, 문댐, ..
2021.05.14 -
진형준 : 풍자적 유희를 담은 ‘치유의 브릭’
“브릭 한 움큼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Bins of thousands of pieces that's stored kinetic potential.)” 성수동에 자리한 브릭 캠퍼스의 한편에 쓰여 있는 Lino Martins의 명언이다. 작은 브릭은 오로지 아이들의 장난감일까? 혹은 Kidult들의 노스텔지어를 활용한 자본화된 Goods일까? 이미 레고아트는 최소 단위로서의 작은 브릭을 재료로 삼아 상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만드는 창작의 세계로 각광받고 있다. ‘육포공장’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해온 진형준 작가는 브릭을 ‘가지고 노는’ 개념에서 벗어나 레고에 자신의 일상 철학을 투영시키는 개성화된 세계를 차곡차곡 구축해 낸다. 20대 중반, 백혈병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레고 브릭은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
2021.04.23 -
배수영 : 생명과 빛의 네트워크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소모되는 산업폐기물을 오브제로 선택해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회로의 유기적인 연결과 빛의 순환, 그리고 자연을 나타내는 조합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나에게 나를 가(加)하여 나만의 욕구를 찾으려는 예술을 감(減)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예술로 승(乘)하게 되어 작가의 예술적 재능을 대중과 제(除)하게 되었고, 또한 작가의 작품은 대중과 만나 그 의미가 가해(加)지게 되었다” 인간은 생명의 근원인 '빛'을 보며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찾게 된다. 그러나 무한경쟁과 이기주의가 만연한 지금, 우리는 마치 '빛을 잃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이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자연의 이치와도 다르지 않다. 'Razzle d..
2021.04.05 -
정다운 : 패브릭 드로잉의 마법사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이자 주 재료는 ‘패브릭(fabric)‘이다. 물감과 붓 대신 여러 질감과 색채를 가진 천의 조각들을 당겨 프레임에 감싸고 겹침으로써 새 로운 형태를 연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공간으로 그 개념을 확장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패브릭 드로잉(fabric drawing)'이라고 정하였으며, 말 그대로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이다. -약력- 동덕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최근 IFC Seoul 에서 11M 높이의 큰 통 유리창을 이용한 3점의 설치작업을 선보이면서 6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파주의 공공미술, 중국 취안저우에 영구설치할 작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아시아, 유럽에서 다양한 설치, 전시, 페어, 브랜드 콜라보에 참여하며 활동하..
2021.04.05 -
민준홍 : 채집된 도시추상의 재해석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나는, 이 공간에 산재한 물체와 풍경, 축적된 기억들을 소재 삼아 작업한다. 나는 매일 거리를 누비며 일상에서 소비되어 길에 버려진 폐품을 수집한다. 남겨지거나 버려진 잔해는 그 후 분해하여 그 본래의 형태와 기능을 탈피하게 한다. 나는 이러한 잔해를 새로운 형체로 재조립하고 그 표면은 펜 드로잉과 폐지로 채운다. 반복적인 펜 드로잉은 도시에서 받은 인상을 시각화한 것이다. 표면을 채우는 펜의 획들은 다양한 색감과 질감 표현이 가능한 연필이나 물감과는 다르게 일률적인 크기의 자취를 남기기에 적절하다. 또한 폐휴지가 소비되기 이전, 완전한 생필품으로 생산되어 나올 때, 상품을 부각하기 위해 표면에 입혀진 다양한 이미지들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도시의 색감을 ..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