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생명과 관계를 향한 다층의 질문들

2021. 5. 14. 07:00설치미술

다른 숨(breath)들의 기록

 

힘들게 지난, 작년과 재작년 두 해 동안 매일 드로잉을 하면서 그 외곽선을 지탱하던 종이테이프들을 한 데 모았다. 보통 몸과 바닥면이 수직이 되도록 그림을 바닥에 붙여 중력을 이용해 작업하고 완성이 되면 떼어내는데, 그 때 떼어낸 테이프들은 수성과 유성이라는 두 분류로 나뉘어졌다. 이것들은 수성안료와 목탄을 사용하여 같은 종으로 분류된 것들이다. 이들이 다시 모아져 한지 위에 붙여졌다.

그간 그림의 주변 역할을 하던 테이프들이 그림의 정 중앙에 길게 늘여 붙여지니, 그동안 내가 해 오던 작업 방식 중 하나인 관계의 다양성과 시간의 길이를 표현한 작업들과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가.

두 해에 걸쳐 각기 다른 날짜의 제 각각 감정들을 기록하던 행위(스침, 갈김, 문댐, 번짐, 녹임 등)와 그것들의 흔적, 물질적 사물로서의 테이프는 인간이 가진 시간보다도(그 존재의 시간보다도) 더 긴 것이 아닌가생각하며 행위, 사물, 흔적, 인간 시간의 관계를 재정의해본다.

가늘고 긴 공간 안에 작은 소리들로 멈춘 행위와 그에 따라 남겨진 흔적, 그러한 사물로서의 오브제가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결코 작지 않은 시간을 만들어낸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당시 알지 못했던 곧 이어 벌어질 팬데믹 사태까지도) ‘행위, 감정, 자연, 사물 모두와 관계하는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인가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생각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존재들 중 하나일 뿐이며, 사물의 시간보다도 현저히 짧은 시간을 가지고 태어난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인간만으로 구성된 세계는 어디에도 없으며 각각의 행위와 감정과 사물의 시간들 또한 모두 그렇지 않을까..

- 2021. 작가 노트 중

-작품-

1. 서촌-돌담
pigment print,140X90cm, 2016

2. CITY BLUE 1
pigment print, 162X110cm, 2020

3. 색동2-용문시장
diasec on pigment print,135x90cm(60호), 2020

4. 확장된 경계_교차하는 선
pigment print, 22x27cm(3호), 2020

5. 확장된 경계_넘는 선
pigment print, 21x33cm(4호), 2020

6. 시간의 바다 1
pigment print, 35x20cm(5호), 2020

7. 다른 숨들의 기록 2(1)
charcoal, watercolor, mixed media, 120x80cm, 2020

8. 다른 숨들의 기록 3(1)
charcoal, watercolor, 80x60cm, 2021

9.(개인전_유나이티드 갤러리 전시이미지) 나 너 그리고-1
도자설치-백자토,안료,투명유,산화소성, 지름18cmX높이 각30cm(총240cm etc), 2021

10. 개인전_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이미지1

11. 개인전_영은미술관 전시이미지1

12. 개인전_영은미술관 전시이미지2

13. 개인전_영은미술관 전시이미지3

14. 김지혜 작가

15. 김지혜 작가

 

16. 작가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kimjihea_artist